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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0  새벽의 무한도전 멤버 (3)

새벽의 무한도전 멤버

2006/12/20 20:33


늦게 잠이 들었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거실로 나와 불을 켰다. 거실에는 무한도전 멤버 여섯명이 앉아 있다. 그들이 왜 이 시간에 여기에 있을까 생각할 틈도 없이 유재석이 예의 보기 드문 차분한 말투로 말을 건넨다.
"아니 재환씨, 어떻게 우리한테 그럴수가 있어요?"
내가 살면서 이들에게 서운하게 했던게 있었던가? 나는 잠시 생각했다.
"형님, 우리가 형님 재미있게 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녹화하는지 아시면서 그러시면 안돼요 그러시면 안돼."
하고 원망하듯 노홍철이 특유의 손동작과 함께 나에게 말했다.
"음"
잠결이라 그런지 대꾸할 말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뭔가 대꾸를 하려고 머뭇거리기만 하다가 문득 갈증을 느끼고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물통을 꺼내어 유리잔을 챙긴다. 보통때 같으면 물통에 입을 대고 마셨겠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와 계신다. 손님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얘기했던 것 같다.
"저희 요즘 정말로 재환씨한테 서운합니다."
물을 마시는 사이 옆에 있던 정형돈이 한마디 거든다. 그가 말을 끝내고 난 뒤에도 물을 마시던 중이었기 때문에 한참동안 어색한 침묵이 계속 되었다. 그는 분명 어색하게 만드는 것에 재능이 있다.
"그래"
나는 유리잔을 싱크대 한쪽에 놓고 냉장고를 열어 물통을 넣으면서 말했다. 갈증과 잠기운이 어느정도 해소되어 비로소 나는 그들이 왜 서운해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진심으로 최근에 여러분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도 어쩔수가 없어요."
라고 나는 말했다.
"야야야! 뭐가 어쩔수가 없어엇! 사람이 은혜를 알아야지! 배은망덕한 여드름같으니라고."
처음부터 내내 인상을 쓰고 있던 박명수가 결국 참지 못하고 호통을 치기 시작한다. 옆에있던 다른 멤버들이 그를 말리고 나선다. 나는 그저 묵묵히 듣고 있다.
"3주 동안이나 무한도전을 못 본적이 없었지요. 양지칠은 거를 때가 있어도 무한도전을 거른 적은 없었으니까."
정말 그렇다. 나는 무한도전을 보지 않은 적이 없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아니 그래도 어떻게 그래 사람이. 우리도 어느정도 이해해보려고 하는데 너무하잖아 한 순간에."
거의 우는 소리로 정준하가 말했다. 그는 이미 삐쳐있었다.
"나도 이런 내가 신기해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아요.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하면서 문득 깨닫는게 전부에요.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해요. 이건 진심이에요."
나는 정말로 미안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여섯 멤버들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진 듯 했다.
"정말 앞으로도 계속 우리 외면할거에요?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는데."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하하가 귀여운 척하는 말투를 배제한 채 다소 묵직한 말투로 말했다.
"정말로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여러분들께 지금 이상의 관심을 기울일 수 없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그녀와 통화할 시간도 내겐 너무나 부족해요. 무한도전 코너 이름처럼, 여러분들이 '내 마음 이해해주길 바래'요. 오늘도 새벽 두시 반까지 통화를 했기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제 다시 잠을 자야겠어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었으면 좋겠어요. 안녕."
라고 말하고 나는 리모콘을 집어 들어 TV의 전원을 켰다. 브라운관에서 서서히 밝은 빛이 새어나오자 그들의 몸이 다리에서부터 입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언가 더 할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각각의 멤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마침내 입자로 모두 변한 그들의 몸은 서서히 브라운관 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졌다. 나는 TV의 전원을 끄고 거실의 불을 끄고 침대로 돌아와 다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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