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새벽의 구멍가게.
추석하면 많은 사람들은 고향, 설레임, 가족, 친척, 귀성체증 같은 류의 단어가 떠오를테지만
나에게 추석은 밤새는 날이다.
슈퍼집 아들.
정확히 표현하면 구멍가게 아들래미인 나는
추석대목
1)을 위해 진열해놓은 선물세트들을 보관할 창고가 없는 우리 가게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물건을 지키는 중요임무를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종업원이 필요없는 규모의 가게임과 동시에
종업원의 대상이 가족으로 한정되어 있어
세식구 중에 어느 한 사람은 가게를 봐야만하기 때문에
우리집의 추석은 대다수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이미지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홀로 가게에서 추석 새벽을 열며 정종 몇 병을 판 뒤
몽롱한 의식상태에서
혼자 차례를 지내고 뻗어자는게 추석 당일 내 고정된 스케쥴이다.
신기한 것은 밤새야 하는 현실에 대해 짜증을 내본적이 없다는 것.
오히려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원, KTX 기관사, 고속버스 기사와 같은
명절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을 고맙게 생각하게 되었다.
옛말에 '사연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각자가 사는 방식이나 모습도 모두 다르겠구나....하고
동이 터오는 추석날 새벽에 그냥 쓸데없는 잡생각들을 마구 해본다.
역시, 빨간날 노는 직업이 최고다.
1)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한 유통업계 시장변화로 인해 지금은 실종되었다.